멀어짐 그리고 마주침...

from essay 2007. 4. 25. 11:19
어제는 그 유명한 향방작계훈련이었다.
사는 곳이 종로구라 훈련 장소는  종로 한 복판... 그곳을 군복을 입고 m16 어께에 메고 돌아다녔다.(대학로가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 이제 6년차라 내년이면 이짓도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위안으로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종로통은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녔다.
젊은 사람들이나 아가씨들은 이 인간들 뭐냐 하는 표정으로 우리를 지나쳐갔다.
(역시나 군복을 입으니 모든 여자가 이뻐보였다. 눈이 전투화앞에 달린듯..)

그리고 피맛골 골목이나 그 인근 골목에는 회식을 하고 나오는 많은 중년아저씨들이 있었다.
그리고 모두들 한잔씩 하고 나온 그들과 우리 야비군들은 마주쳤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구스타브 쿠르베(Gustave Courbet)라는 프랑스의 사실주의 화가가 1849년에 그린 "돌깨는 사람들"이라는 그림이다. 한 채석장에서 오른쪽의 늙은이와 왼쪽의 젊은이가 함께 돌을 깨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젊은이에게 오른쪽의 늙은 채석공은 자신의 미래이다. 반대로 늙은이에게 왼쪽의 젊은 채석공은 자신의 지난 과거를 상징한다. 자신의 미래를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 아닌 반대로 가장 큰 절망일 수도 있다. 여하튼 당시 고달픈 하층 노동자의 일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지금을 사는 우리네 일반 서민들의 모습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반복되는 일상과 자신의 미래가 어느 정도 보이기 시작하는 20대 후반부터는 인생의 무게가 달라지기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신기하게도 중년의 아저씨들은 우리를 무척이나 반기는 눈치였다.
우리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통해 자신들의 지난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눈치였다.
지나간 자신들의 청춘이 떠오르는 모양이었다.
흘러간 시간에 대한 안타까움과 아스라한 추억말이다.

함께가는 옆의 지기에게 자신의 군생활을 무용담 늘여놓듯이 말하는 아저씨...
일부러 氣를 받는다며 우리 행렬의 가운데를 뚫고 지나가는 아저씨...
큰소리로 우리에게 "좋은 때다 열심히 살어!" 하는 아저씨...
오랜만에 만난는지 대머리 친구와 어깨동무하고 군가와 유행가를 를 하고 가는 아저씨....

그들의 지난 젊은 날은 어떠했을까?
그들은 어떤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살았을까??
그리고 지금 2007년에 그들은 지난 날의 꿈과 희망을 이루었을까??

나 역시 지금 하고싶은 꿈과 희망을 20년후에는 이룰 수 있을까?
지금 날 괴롭히는 고민들은 30년 후에는 어떤 의미로 나에게 남아있을까?
2037년4월 종로의 한 술집에서 나온 중년의 나는 예비군들을 보면 무슨 생각 그리고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어제 예비군 훈련에서 나는 잠시나마 쿠르베 그림의 주인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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